'츄라우미수족관'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6.09.20 오키나와, 둘째 날.
조금은 특별한 순간2016. 9. 20. 20:36

 

 

 아침에 일어나 보니 숙소에서 바라보는 해변이 너무 이쁘다. 호텔 이름이 키세비치 팰리스니까 저 해변의 이름은 키세비치인가보다. 무려 7시에 일어났다. 조금은 늦잠을 잤어도 되지 않았을까 싶지만 여행 기간 내내 아침에 일찍 눈이 떠졌다.

 

 오늘은 오키나와에서 가장 유명한 만좌모에 가기로 했다. 역시. 유명한 곳은 재미가 없다. 그냥 바위일 뿐인데 어째서 그렇게 유명한 것일까.

 

 

 

 두둥. 그냥 바위이다.

 

 

 

 사람들도 너무 많았다. 이곳을 한 바퀴 휘휘 돌면 끝이다. 그래도 한 가지 뿌듯한 게 있다면 여기서 우연히 사진을 찍어주게 되었는데 그 사진이 너무 잘 나왔다는 거. 친구처럼 보이는 여자 3명이 사진 찍고 있는데 단체샷을 찍고 싶어 하는 것 같아 보여 그쪽에서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굳이 내가 먼저 '찍어드릴까요?' 하고는 찍어주었다. 내가 찍어준 사진을 받고는 진짜 잘 나왔다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뿌듯했는데 정작 나는 이곳에서 건질만한 사진을 찍지 못했다.

 

 

 

 푸른 동굴이다. 

 

- 어디 가서 스노클링이나 할까.

 

하고 찾아본 곳이다. 수영복, 스노클링 장비, 구명조끼까지 차에 싣고 다니며 구미가 당기는 곳이 있으면 언제라도 스노클링을 하기로 했는데 그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처음이니까 의욕적으로 푸른 동굴에서 스노클링 하자, 하고 가서는 주차를 하고 탈의실에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물속에 풍덩. 해변에서만 스노클링을 해 본 나는 계단 밑이 바로 바다인 이곳에서 물에 빠지자마자 수영해야 하는 환경이 몇 번을 시도해도 적응이 안 됐다. 게다가 물속에서 뭐라도 보려면 시작점에서 꽤나 깊숙이 들어가야 하는 곳이어서 더더더 엄두가 나지 않았다. 호기롭게 시작했다가 나는 포기. 물 속을 나와 다시 탈의실에서 씻고, 옷을 갈아입고, 화장을 고치고, 머리를 말리고, 하는 과정에서 내가 생각한 모든 판타지가 깨졌다. 그 과정이 너무 번거롭고 귀찮았다. 심지어 너무 더웠다. 역시, 생각은 생각일 때 가장 낭만적인 거지. 

 

 

 

 

 

아, 여기 맛있었다. 오키나와 소바를 여러 곳에서 먹었는데 이곳이 가장 맛있었다. 나카무라 소바라는 곳인데 대충 그림을 보고 넘버 1과 넘버 2를 시켰는데 같이 나온 유부초밥까지 굉장히 맛있었다. 든든하게 점심을 먹고 나오니 부슬부슬 비가 오기 시작했다. 우리가 여행 한 5월 중순, 말 무렵은 장마 기간인데 우리가 여행한 기간 동안은 둘째 날 조금 내리고, 마지막 날 내린 것이 전부였을 만큼 내내 날씨가 좋았다.

 

 

 

 비가 와서 수족관에 가기로 했다. 길역 휴게소에서 츄라우미 수족관 입장료를 사고 수족관으로 가는 길. 길이 한산하다. 오키나와 도로는 고속도로도 80킬로를 넘지 않을 만큼 서행을 한다. 그리고 8일 동안 경적 소리는 한 번도 듣지 못했다. 중앙선이 있어도 우측 깜빡이를 켜면 뒤 차들이 모두 기다려준다. 그건 일주일 내내 경험하고도 익숙해지지 않는 친절이었다. 

 

 

 

 츄라우미 수족관에서 고래상서 밥 먹는 것도 보고, 이름 모를 물고기들을 죄다 보고, 돌고래쇼도 보았지만 다시 갈 것 같지는 않다. 특히 동물쇼는 보고 나면 너무 괴롭다. 작년 태국 여행에서 본 호랑이쇼, 코끼리쇼, 뱀쇼 등등의 쇼들이 내내 마음에 남아서 괴로웠는데 그걸 또 잊어버리고 돌고래쇼를 봐 버렸다. 볼 때는 별생각 없이 와아, 신기하다. 하면서 보는데 보고나면 그 잔상이 너무 오래 남는 거다. 괜히 집에 있는 고양이에게 너는 어때. 지금이 좋아? 하고 묻게 되고.. 아무튼 생각이 많아져서 괴롭다. 다음엔 피해야지, 하고 다짐해 보아도 또 잊어버리고 볼지도 모르지.

 

 천천히 여행하기로 해 놓고선 너무 많이 걸어 다녔다. 수족관에서도 너무 힘들어서 카페에서 한참 앉아 쉬다가 나왔는데 그때 찍은 사진들을 보니 난 왜 이렇게 크게 웃고 있는 건지. 수족관을 나와 숙소로 돌아와서 잠깐 낮잠을 자고 느지막이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숙소에서 조금만 걸어 나오면 작은 동네가 있고 식당들도 꽤 있었는데 낯선 골목들이 너무 친근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친절하고 어여뻤다.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별이 많았다. 별이 너무 많아서 무엇이 행성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자주 하늘을 올려다보는 우리는 일단 고개를 들면 달의 위치와 행성의 위치를 확인하는데 그곳에서는 뭐가 행성인지 전혀 모를만큼 별이 많았다. 내내 하늘을 올려다보며 숙소로 돌아왔다. 기분 좋은 밤이었다.

'조금은 특별한 순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키나와, 여섯째 날.  (0) 2016.11.29
오키나와, 다섯째 날.  (0) 2016.11.29
오키나와, 넷째 날.  (0) 2016.11.29
오키나와, 셋째 날.  (0) 2016.11.29
오키나와, 첫째 날.  (0) 2016.09.20
Posted by winter_story